한동안 이슈에서 벗어나 있었던 구독 시장이 요즘 다시 뜨겁다. 국내 가전시장이 '소유'에서 '사용' 중심으로 바뀌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Big 가전 브랜드들이 구독형 서비스를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사실 '렌탈'은 물리적 제품을 빌린다는 의미를 지녀 물리적 제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구독'은 서비스와 경험을 정기적으로 이용한다는 의미를 지녀 서비스와 경험에 초점이 조금 더 맞추어져 있기는 하지만, 결국 제품을 사지 않고 일정기간 빌리면서 대여기간 동안 관리 서비스를 받는다는 점에서 렌탈과 구독은 거의 유사하다. 이러한 구독 혹은 렌탈시장은 과거에는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를 중심으로 코웨이, SK매직, 교원웰스와 같은 소위 '렌탈업체'에 의해 주도되었으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독시장에 진출하고 정수기, 공기청정기를 제공하게 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Big 가전 브랜드들까지 뒤늦게 구독시장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소비자와의 관계 구축 및 이를 통한 반복 매출 모델로의 전환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Big 가전 브랜드들이 판매하는 제품들의 평균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 예시적으로 이러한 Big 가전 브랜드들의 세탁기는 평균 수명이 약 8.9년이라고 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소비자는 세탁기라는 제품군에서 약 8.9년에 한 번씩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이를 구독 모델로 전환하면 정기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제품의 수명이 다하지 않았더라도 이러한 관계를 기반으로 신제품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 구독 모델을 통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0년에 한 번씩 만나는 브랜드가 아니라, 한달에 한번, 혹은 분기에 한번 만나는 브랜드가 된다.

두 번째로는 고객 데이터의 확보이다. AI, 빅데이터 등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모든 브랜드들에게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 그리고 구독 모델에서 필수적으로 제공되는 관리 서비스는 일시불 모델에 비해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정기적인 고객과의 만남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적인 피드백을 들을 수 있고, 또 정기적으로 제품의 상태를 체크하며 간접적으로 소비자의 제품 사용 행태를 유추할 수 있다.

마지막은 역시나 경기 불황이다. 렌탈기간 동안 지불하게 되는 총액을 따져보면 구독 요금이 일시불 가격보다 저렴한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월 구독료는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성을 낮춘다. 당연히 요즘과 같은 경기 불황에는 몇 백만원 짜리 가전 제품보다, 월 2~3만원의 구독이 더 쉽게 받아들여진다.
나는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아직은 '경험'보다 '소유'에 초점이 더 맞추어져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 구독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전반적으로 구독 모델의 가격이 저렴해진 것을 느낀다. 나와 같이 아직은 구독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정수기, 공기청정기와 같이 정기적인 서비스가 제품의 품질을 크게 좌우하는 일부 제품군에서부터 구독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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