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주요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이 시작되었고, 이는 봄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들 경기 불황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가격을 올리면 살 사람이 있나?라고 생각했으나, 2024년 에루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와 디올 중 루이비통을 제외한 모든 브랜드들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한다. 에루샤 중에서도 가장 럭셔리한 브랜드로 평가 받는 에르메스는 전년 대비 +22.6%, 디올은 +12.4%, 샤넬은 +7%의 매출 성장을 했으며, 유일하게 역성장한 루이비통 역시 -2.4%로 감소률이 미비하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뭐가 달라서, 경기가 어려우면 매출이 떨어진다는 시장의 일반적인 원칙에서 자유로운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 가격 탄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럭셔리 브랜드의 핵심 고객층 (상위 5~10%의 경제력을 지닌 소비자)은 경제 불황에서도 소득과 자산에 크게 타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럭셔리는 '불황 내성 산업'이라고 불리운다. 이는 에루샤+디의 작년 매출 증가폭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에루샤+디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대를 자랑하는 에르메스의 매출이 전년 대비 +22.6%로 가장 많이 성장했다. 즉, 이정도로 비싼 제품을 살 수 있는 고소득층은 불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두 번째는 이유는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리셀 산업의 성장이다. 소위 '리셀러'들은 럭셔리 브랜드로부터 제품을 전매하여, 이를 소비자에게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 전술하였듯, 럭셔리 브랜드의 핵심 고객층은 가격 민감도가 높지 않기에 불황기에도 프리미엄이 붙은 리셀 제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이러한 리셀이 럭셔리 브랜드의 매출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럭셔리 브랜드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프리미엄이 붙어 천정부지로 솟은 '리셀가'인데 이는 럭셔리 브랜드들에게 가격 상승에 대한 확신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롤렉스가 1,000만원 정가에 판매하고 있는 서브 마리너가 리셀 플랫폼에서 1,5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면, 롤렉스의 입장에서는 서브 마리너에 대한 소비자들의 WTP (Willingness to Pay)가 1,500만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실제 가격 상승, 그리고 매출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에르메스는 지난 1월 3일 가방과 액세서리 제품을 중심으로 약 10%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샤넬 역시 지난 1월 9일에 일부 제품군에 대해서 평균 2.5%가량 가격을 올렸다.

세 번째 이유는 럭셔리가 단순 제품이 아니라 '문화적 상품 (Cultural Goods)'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프로포즈백'인데, 남자들이 여성에게 프로포즈를 하며 명품백을 선물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지금 당장 네이버에 '프로포즈백'만 쳐도 샤넬 클래식백, 디올의 레이디디올백 등 다양한 명품백들이 팝업된다. 또 다른 예는 '유모차'인데 '스토케', '부가부', '에그'와 같은 프리미엄 유모차 브랜드들의 가격은 20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프로포즈를 하며 명품백을 선물하는 것도, 태어난 아이에게 고가의 유모차를 선물하는 것도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문화적 상품으로서의 럭셔리는 '남들도 다하니까'라는 이유와 함께 사치재에 불과했던 럭셔리 제품들을 '필수재'로 만들어버린다. 당연히 '필수재'로서 경기에는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럭셔리 산업의 성장에서 아쉬운 부분은, 럭셔리 브랜드들의 성장이 소비자들의 니즈를 이전보다 더 잘 충족시켜 주어서가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측면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것이다. 럭셔리 제품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것이 정말 나의 니즈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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